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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모든 요일의 카페




모든 요일의 카페 - 커피홀릭 M의 카페 라이프
이명석 (지은이) | 효형출판



<여행자의 로망백서>를 펴낸 저자 이명석의 흥미진진한 카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곳저곳의 카페를 떠도는 카페 여행자며, 모든 카페를 즐기고, 카페의 모든 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카페 체류자, 카페 탐닉자, 카페 유목민, 카페 이벤트 플래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음미하는 카페 저널리스트다.

십대 시절 인스턴트커피의 카페인 부작용으로 스스로 폐했었던 카페 인생을, 이십 대 중후반 유럽 여행 도중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여남은 해 동안의 카페 정키 생활에서 길어 올린 스물일곱 편의 카페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단골이지만 하루쯤은 슬쩍 배신해보고픈 우리 동네 골목 카페, 달콤하고 평온한 테이블을 가진 예전 대학로의 카페 '더 테이블', 부암동의 아담한 공방 카페 '스탐티쉬', 새하얀 셔츠를 걸친 메뉴판이 살아 움직이며 말을 거는 밀라노의 한 카페, 그리고 일 년에 두어 번 내가 직접 차려보는 이탈리아 가정식 카페까지…

에스프레소를 맛없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그에 대처하는 자세, 아시아권에서 핸드드립 커피가 지니는 고유한 가치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탐구, 고속버스 터미널 휴게실에서 벌어진 캔커피 시음대회 등 편안하고 다채롭고 재미있게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중간중간에는 카페 정키가 갖춰야 할 여러 상식도 곁들였다. 카페의 오만 가지 사용법, <신의 물방울> 뺨치게 커피 맛을 표현하는 방법, 집사형·메이드형·마담형·알바형 등 카페지기들의 천태만상이 수록되어 있다.



시나리오 작가나 소설가라면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테이블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작품의 신선한 소재로 삼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어느 만화가는 마감에 쫓기는데 스토리가 너무 안 잡히면, 미친 척하고 홍대 앞 어느 카페에 간다고 한다. 별로 깔끔하지 않고 여기저기 물건들이 어질러진 모습이 친구의 아틀리에에 찾아간 느낌을 준다고 했다. 정말로 그랬다. 전시장을 겸하고 있었지만, 결려있는 그림은 대부분 그리다 만 것 같았다. 청소를 포기한 듯한 어수선함과 행주를 빤 듯 밍밍한 커피 맛도 그곳 분위기에 일조했다. 혹시 이런 극악한 환경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작업의 속도를 높이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일이 끝나면 곧바로 스트레스를 폭발시킬 수 있는 술집들이 근처에 있다. - 본문 5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