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먹으면 사약되는 한약 베스트 5
무더운 여름이면 대부분 보양식을 즐겨 먹는 한국 사람들은 한약, 특히 보약에 대해 호의적이다. 여름철 삼계탕을 먹더라도 메뉴판에 한방삼계탕이라고 적혀있는 메뉴를 선호하고 족발이나 설렁탕에도 그 ‘한방’이란 말이 들어가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더 믿음을 갖는다.
이런 한방에 대한 호의가 일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예전부터 내려오는 삶에서 한약과 보약으로 효과를 봤던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구전에 의해 그 믿음의 무게가 더해져 지속적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만만한 보약 ‘십전대보탕’ 감기나 고혈압환자에게 치명적 악영향 ‘웅담’은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간 기능계 열을 내려주는 약재
하지만 보약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약은 무조건 좋다’라는 막무가내식의 믿음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녹용의 경우 아무리 좋은 보양약재라고 하더라도 허열이 오르는 사람에게는 신중하게 처방을 해야 한다. 또 고약한 스트레스를 오래 겪은 후 진이 빠지고 주로 잠잘 때 베개를 흥건히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리며 점점 쇠약함을 느끼지만 반대로 머리 쪽으로 미칠 듯이 열이 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녹용을 처방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좋다는 녹용도 어차피 일개의 약재일 뿐 환자의 증상에 맞아야 보약이지 증상과 반대의 약성이라면 심하게 말해 사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증상에 따라 ‘잘못 먹으면 사약 되는 한약’ 다섯 가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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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보약 ‘십전대보탕’
시골 다방의 십전대보차에서부터 홈쇼핑, 일부 약국이나 한의원에서 아예 미리 달여 놓고 말 그대로 ‘판매’를 하고 있는 십전대보탕은 한의학 이론상 기와 혈을 동시에 보해주는 기본적인 처방이다.
어찌보면 먹기에 가장 만만하고 무난한 처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처방의 성질로 보아 열을 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기를 앓고 있거나 고혈압환자라면 자칫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십전대보탕 역시 유명세만 믿고 만만하게 볼 처방은 절대 아니다.
고혈압 환자는 금물, ‘경옥고’
정작 예로부터 내려오는 고가의 보약들은 그때그때 달여서 먹는 약보다는 떠먹는 고 형태나 알약 즉, 환약의 제형이 더 많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경옥고’인데, 경옥고의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생지황, 인삼, 백복령, 꿀의 약재들이 주가 되는데 이 떠먹는 고약인 경옥고는 만드는 과정이 정성과 인내 그 자체이다. 이 약을 먹으면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을 산다고 동의보감에는 기록되어있지만 고혈압환자에게는 그리 좋은 약이 아니다.
갑자기 기운을 올리는 인삼 때문에 혈압이 올라갈 수 있고 꿀이 다량 들어가기 때문에 달달하고 맛나기는 하지만 당뇨 환자에게도 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풍예방 효과 없는 ‘공진단’
공진단에는 다량의 녹용과 우황청심환 500개 정도에 들어갈 사향의 분량이 들어가 있어 인체 십이경락의 막힌 것을 뚫는 것은 최고라고 하겠고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트러블, 탈모, 갑갑증, 노화로 인한 불편함 등 우리 인체의 음양의 조화가 어그러진 상태를 바로 잡는 최고의 보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으로 보자면 1%만를 위한 보약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보약이 바로 공진단이다. 공진단은 특히 술자리가 잦은 사업가에게 최고의 처방이라 하겠지만 이 역시 꿀이 다량 들어갔기 때문에 혈당에 문제가 있는 환자라면 꼭 한의사의 진단을 받는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일부 부풀려진 상업성 광고에는 현혹되지 않는 게 좋겠다. 차라리 중풍 예방에는 청심환이 더 정직한 처방이다.
종양환자 사용 금물, ‘자하거’
자하거(태반)는 워낙에 미용과 ‘간 기능’ 쪽 효능이 이미 입증되어 있고 가장 무난하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써도 되는 약재 중의 하나이다.
다만 태반은 인체에 들어가서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의 기능을 너무 증폭시키는 효능이 있으므로 종양이 있는 경우 즉, 암환자는 그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
말 그대로 종양까지 키워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태반이라는 단어가 넘쳐나는 곳이 바로 피부, 미용 쪽인데 대부분의 이쪽 상품들은 사람태반이 아닌 동물의 태반을 사용하는 곳이고, 그 원료가 어떻게 공급되었는지 불확실한 경우가 말 그대로 태반이기 때문에 공인을 받은 제품이거나 전문의약품이 아니라면 절대 사용을 금해야 한다.
웅담은 보약인가?
한의사에게 웅담이 무슨 효과가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하기 이를데 없다.
“웅담이요? 열 내리는 약입니다. 감기로 인한 열 같은 게 아니라 십이경맥 중 주로 간경에 습열이 있을 때 그 열을 내리는 약이에요.” 그렇다. 웅담이란 것은 기운을 내주는 약도 아니고 빈혈을 치료해주는 약도 아니며 그냥 스트레스로 인해서 간 기능계에 열이 있을 때 그 열을 내려주는 약재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너무 허해서 손발과 아랫배가 찬 여자들에게는 절대 금해야 하는 약재이기도 하다. 물론 피로회복 자양강장에 우루X 같은 광고에 기대어 간경의 열을 내리는 약이 피로를 덜해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웅담이란 것은 수많은 치료약 중에 하나일 뿐 사시사철 구비해놓고 먹어도 좋은 그런 약이 아님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보약이란 것은 말 그대로 허한 것을 보해주는 약이다. 닳아 없어진 것을 채우는 약이고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불편해지는 것을 막는 약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약이다. 한약이란 것은 진단에 의해서 한의사가 처방을 해야 그 효과가 있는 것이고 도움이 되는 것이지 그냥 허한 것 같아서 잠깐 먹을 수 있는 한 철 보양식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몸에 좋은 것 같으면 왕창 사다가 일 년 내내 달여 먹는 사람들을 간혹 보는데, 그렇게 무모한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없던 병을 키우기 일쑤이고 바로잡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비록 한약이 TV홈쇼핑에서 팔리는 어처구니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한약은 약이다. 약이란 것은 환자의 상태를 백분 파악한 전문가 즉, 한의사에 의해서 처방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약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일개 상품으로 한약을 구입한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한약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며 그 약이 아무리 비싼 보약재들로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그건 보약이 아니라 단순히 말린 풀과 뿌리들을 달여 놓은 ‘맛없는 음료’일 뿐이다.
보약과 사약의 근본은 같다. 다만 복용을 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효가 극과 극으로 나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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