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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말하다.

전제덕의 서재는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다..




전제덕의 서재는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다..

 

책을 보는 또 다른 방법

장진 감독님께서 ‘라디오 북클럽’에 나온 게스트 중 인상 깊었다고, 지난 지식인의 서재 인터뷰 때 제 얘기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분은 왜 제 이야기를 했을까요?
저는 지식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웃음) 저는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사람이고요,
12~3년 전에 우연히 재즈 하모니카를 듣고 매료되어, 5년 전 첫 음반을 낸 이후로 쭉 음악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렸을 적 시신경이 손상되어 책을 눈이 아니라, 손으로 읽거나 귀로 듣거나 해요. 물론 눈으로 넓게 보면 더 느낌이 많이 와 닿을 수도 있겠지만, 그 외의 수단으로 책을 읽어도 받을 수 있는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독서를 오래하면 어깨가 아파요, 듣는 책이 85%쯤 되고, 점자책은 15% 정도 될 거에요.
녹음도서를 들을 때는 앉아서 듣거나, 방황하면서(걸어다니면서) 들어요. 목소리가 꾸준한 톤으로 나오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잠이 들 수도 있거든요. 점자책을 볼 일이 있으면 무조건 책상에서 봐요.
보통은 눈이 아파서 잠시 쉬시죠?
저는 두꺼운 점자책을 넘기다 보면 보면 어깨가 아파서, 책상에서 바른 자세로 읽어요. 이편이 집중도 훨씬 잘 되고요.


목차 속에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요.

책을 처음 열었을 때 보이는 목차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가들이 목차의 제목을 그냥 대충 붙여놨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제목 속에 정말 먼 미래도 보이고, 가까운 앞날도 보이는 것 같아서 일단 그 제목들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긴 책은 작가 서문을 꼭 보죠.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서문 안에 얼마만큼은 들어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봐 줘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쓰여있기 때문에, 꼭 서문을 보면서 책을 고르죠.
 



풋풋하고 친밀한 민초들의 이야기

저는 학생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와 관련된 책이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역사책/역사 소설을 통해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할 수도 있고, 읽다 보면 그 사실들이 역사 속에서 순환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묘미 때문에 흥미 있게 책을 보게 되었죠. 역사 책 중에서는 <임꺽정>, <장길산> 그리고 <객주>에서 보이는 것 같은 서민들의 이야기가, 제가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풋풋함과 친밀감을 주더라고요.
우리나라 역사서를 보면 왕 이야기가 주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는 왕 주위에서 일어나는 암투와 권모술수는 왕이라는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큰 흥미가 안가더라고요.
이보다는 서민들의 시각과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훨씬 큰 감동을 줘요. 그래서 저는 이런 민초들의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하죠.



책이 없다면...
책이 읽기 싫으면,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강박적으로 읽는다고 머리에 들어오겠어요? 그런데 만약 책이 없어서 내가 한 권도 읽지 못했다면, 글쎄요...세상 사는 한 부분을 잃어버린 거겠죠.
생각을 할 필요도 못 느끼고, 세상 살면서 쌓인 피로를 여과도 하지 못한 채 말로 쏟아내지 않을까 싶어요.
이건 상당히 위험한 것이죠. 책은 그 생각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전제덕의 서재는

예를 들어서 300p 정도의 일반 책을 점자로 만들면, 두꺼운 책 네다섯 권 정도가 나오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수호지>를 점자책으로 만들면 백과사전 한 질 분량이 나올 거에요.
이런 상황이라서 점자책으로 웬만한 서재는 꽉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어쨌든 책을 통해서 자꾸 새로운 것,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싶고 서재에도 그런 책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책들이 많아야 앞으로의 삶을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