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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그림 한 장에 녹아든 책 한권의 모든 것..


그림 한 장에 녹아든 책 한권의 모든 것

고전중의 고전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부터 ‘도쿄타워’,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키친’, ‘냉정과 열정사이’, ‘호밀밭의 파수꾼’, ‘좀머 씨 이야기’, ‘창가의 토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까지…. 우리 주변에는 어렸을 적부터 읽어온 수많은 책들이 있다.

공간과 빛 그리고 이야기를 담는 일러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지혁(한울)은 이러한 책들에 대해 ‘느낌 있는 책 읽기’를 시도한다. 한 장의 그림으로 책의 느낌을 표현한 색다른 독서에세이 ‘그림으로 읽는 책’을 펴낸 것.

‘그림으로 읽는 책’의 주인공은 셋이다. 바탕에는 어릴 적부터 ‘혼자 노는 법’으로 독서를 선택했다고 말할 정도로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저자의 ‘독서목록’이 자리하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아멜리 노통 등 근래 화제가 된 작가의 책들부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까뮈의 ‘이방인’ 등 고전,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밀란 쿤데라의 ‘농담’, 레이먼드 카버의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등 세계 각지 유명 작가들의 작품 29권이 소개돼 있다.

또한 이러한 책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해낸 그만의 ‘일러스트’가 있다. 김지혁의 일러스트는 세련된 그림체와 화려한 색감으로 젊은 여성층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지만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그림에 따뜻함, 그리움, 쓸쓸함 같은 감성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따뜻함, 그리움, 쓸쓸함…책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 한 장의 그림
이해하려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책의 진정한 재미와 매력


‘그림으로 읽는 책’의 일러스트 역시 한 장 한 장이 책의 느낌에 따라 변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다. 특유의 깔끔하고 세련된 일러스트부터 무채색으로 표현된 잔잔하고 깊은 느낌, 때로는 과감한 색을 사용해 신비스러운 느낌까지… 책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한 그림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이미지로 완성된 그림도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작가의 ‘감성’이 녹아들어 책을 완성시킨다. “작품을 이해하려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이해하려는 관점보단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자세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같다. 물론 취향의 차이에서 오는 갭은 존재하겠지만 군중심리에 이끌려 두리번거리며 방황하기보단 자신의 심장이 이끄는 대로…. 사춘기 시절 음악이나 책 그리고 영화에서 본질적인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고민했을 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복잡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Heart shaped-box가 아닌 Heart box로 느껴봐’라고”.

그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다시 읽으며 “왜 어릴 땐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지”라고 말하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네’라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일러스트를 통해 말한다.

책을 읽는 이들도 ‘그림으로 읽는 책’을 통해 “미안하지만, 내게 양을 그려줘”라고 말하는 ‘어린 왕자’를 만나고 저자와 ‘앵무새 죽이기’와의 당혹스럽고 지루했던 첫만남과 ‘해변의 카프카’를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들을 함께 할 수 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저자가 추천하는 ‘농담’을 읽으면 되고 영화 OST를 들으며 읽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색다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아련한 기억들을 다시 회상하게 만드는 감수성 짙은 글과 아름다운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책’ 안에 흐르는 음악과 그림,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찾다보면 마음 한켠이 은은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으로 읽는 책 / 김지혁 저 / 이미지박스 /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