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셰익스피어의 원고…그 ‘금지된 지혜’
세계적인 셰익스피어 권위자인 하버드 대학의 로즈 교수가 ‘햄릿’ 연출가로 데뷔를 앞둔 옛 제자 케이트를 찾아와 황금으로 포장한 상자를 건넨다. 막이 오르기 직전 연극 무대는 화염에 휩싸이고, 로즈 교수는 햄릿의 아버지와 같은 형상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스승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상자를 조사하던 케이트는 모든 미스터리의 뒤에 셰익스피어의 초판본 ‘퍼스트 폴리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컬트 셰익스피어예요. 내가 로즈보다 더 깊이 있게 아는 셰익스피어 관련 지식은 그뿐이에요. 셰익스피어의 작품 전체에 흩어져 있다고 하는 금지된 지혜들을 되살리려는 시도는 역사가 길고 오래되었어요. 그런 시도들 중 대다수는 ‘퍼스트 폴리오’에 숨겨져 있다고들 하죠.”
헨리경이 나를 꼼꼼히 살폈다. “금지된 지혜?”
“셰익스피어가 예언자였다고 믿는 사람들은 ‘퍼스트 폴리오’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여겼어요. 미래의 예언을 수수께끼로 적은 것이죠. 히틀러의 득세라거나 달 착륙, 인류 최후의 날…”
‘퍼스트 폴리오’는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룬 팩션 소설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에서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영문학자 제니퍼 리 카렐의 소설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미스터리에 흥미를 갖게 되고 그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10년의 연구를 통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 지식을 무분별하게 쏟아내 독자를 지루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대신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는 실제 역사와 소설적 상상력의 결합, 빠른 장면 전환으로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모험의 연속 등 많은 독자들이 흥미로워 하는 대중적 스릴러 서사에 진지한 학자적 노력을 더해 다양한 방면의 재미와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고급스런 팩션으로 ‘퍼스트 폴리오’를 완성해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래트포드와 런던, 북미 대륙의 뉴멕시코, 유타, 보스턴, 스페인 등에 퍼져 있는 셰익스피어의 흔적을 뒤쫓는 이 소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감이 넘치는 스릴러임과 동시에, 이제껏 학계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던 셰익스피어에 대한 다채로운 학설들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영리한 요약본이기도 하다.
40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셰익스피어가 세상에 남긴 ‘미스터리’
소실된 원고 ‘카르데니오’와 셰익스피어의 진짜 ‘얼굴’은 무엇?
‘퍼스트 폴리오’에는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세 가지 수수께끼가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있다. 먼저, 셰익스피어의 소실된 원고 ‘카르데니오’를 찾아나서는 보물찾기가 그 첫째다.
셰익스피어가 동료 존 플레처와 합작으로 썼다고 알려진 ‘카르데니오’는 제목도 있고 왕실 달력에 공연됐다는 기록도 남아 있지만 수 세기가 넘도록 실물을 본 사람은 없고, 심지어 단 한 구절조차 남아 있지 않다.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그 실체를 본 적이 없고, 역사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카르데니오’의 원고는 본문에도 인용되듯이 ‘문학적 황금’으로 그 존재의 유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요소를 제공한다. 거기에 가는 곳마다 벌어지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등장인물의 죽음을 본 딴 살인사건들은 범인의 정체에 대한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배가한다.
마지막으로 지난 400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했던 역사의 수수께끼, 셰익스피어의 진짜 정체에 대한 모험담이 펼쳐진다. 작가가 제공하는 이 수수께끼들에 흠뻑 빠져 있다 책장을 다 덮고 나면 어느새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에 대해 한층 더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퍼스트 폴리오 1·2 / 제니퍼 리 카렐 저 / 시공사 /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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